D4와 D6, 같은 고리형 실리콘인데 규제 근거가 다른 이유
고리 크기만 다른 형제 실록산 D4와 D6가 같은 규정 표에 나란히 실렸는데도 지정 사유는 완전히 달라요. 2026년부터 두 성분이 같은 기준으로 묶이는 이유까지 짚어봤어요.
고리 하나 차이로 갈리는 두 성분
실리콘 헤어 세럼이나 컨디셔너에 매끈한 마무리감을 주는 성분 중에 고리형 실록산이 있어요. 옥타메틸사이클로테트라실록산, 줄여서 D4는 규소·산소 고리가 네 번 반복되는 구조고, 도데카메틸사이클로헥사실록세인, 줄여서 D6는 그 고리가 여섯 번 반복돼요. 참고로 고리가 다섯 번 반복되는 D5(데카메틸사이클로펜타실록산)도 있는데, 이 셋을 묶어서 흔히 'D4·D5·D6'라고 불러요. 이름도 비슷하고 쓰이는 자리도 비슷해서 형제 성분이라고 부를 만해요.
그런데 유럽연합은 이 성분들을 규제하면서 D4와 D6에 서로 다른 이유를 적었어요. 같은 화학물질 규정(REACH) 안에서, 같은 표(부속서 XVII 70번 항목)에 나란히 실려 있는데도 지정 근거는 갈라졌어요. 고리 크기 하나 차이가 왜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요.
같은 표에 실렸는데, 이유는 서로 달라요
D4는 동물실험에서 흡입 노출 시 생식 기능에 영향이 나타났다는 게 규제의 주된 근거예요. 이 우려 때문에 D4는 CMR(발암성·생식독성·변이원성) 물질로 분류됐고, 그 결과 EU 화장품 규정에서는 아예 부속서 II(사용금지 목록)에 올라 2019년부터 화장품 전반에서 쓸 수 없게 됐어요. 화학물질 규정 쪽에서도 씻어내는 화장품에서는 2020년부터 0.1% 미만으로 제한됐고요.
D6는 결이 완전히 달라요. 급성 자극성은 낮은 편으로 평가되고, D4처럼 생식독성·내분비계 교란이 규제의 주된 근거가 된 물질은 아니에요. 대신 잔류성과 생물농축성이 지정 사유예요. 자연에서 잘 분해되지 않고 수생생물의 지방 조직에 쌓이는 성질, 이른바 vPvB(매우 잔류성·매우 생물농축성)가 문제로 지목됐어요. 그래서 D6는 D4와 달리 화장품 규정의 사용금지 목록에는 아예 오르지 않았어요. 최근까지 D6는 화장품 규정에서도, 기존 화학물질 규정에서도 별다른 제한이 없는 상태로 남아 있었을 정도로 두 성분의 규제 이력은 확실히 갈렸어요.
이 차이가 생긴 이유는 분자 구조와 관련이 있어요. 고리가 커질수록 분자도 커지고 휘발성은 낮아지거든요. D4는 상대적으로 잘 날아가는 편이라 흡입 노출이 논의의 중심이 됐고, D6는 덜 날아가는 대신 제품과 환경에 더 오래 머무는 쪽으로 논점이 옮겨간 거예요. 휘발성 차이 하나가 규제 문서에서 완전히 다른 문장으로 이어진 셈이에요.
2026년부터는 두 성분이 나란히 규제 대상에 들어가요
이 갈림길은 최근 개정으로 다시 좁혀지고 있어요. 2024년에 채택된 REACH 개정 규정이 D4·D5·D6를 한 조항에 묶어서, 2026년 6월 6일부터는 세 물질 모두 물질·혼합물 상태로 0.1% 이상 들어 있으면 원칙적으로 시장에 낼 수 없게 됐어요. 씻어내지 않는 화장품에는 2027년 6월 6일부터 같은 기준이 적용돼요.
그런데 여기서도 셋의 취급이 완전히 같지는 않아요. D4·D5는 이미 2020년부터 씻어내는 화장품에서 농도 제한이 있었던 반면, D6는 이번에야 처음으로 화장품 카테고리(씻어내는 제품·씻어내지 않는 제품 모두)에서 규제 대상에 포함됐어요. 즉 D4는 "예전부터 있던 제한이 더 강해지고 넓어지는" 흐름이고, D6는 "처음으로 화장품에서 규제 대상이 되는" 흐름이에요. 같은 날짜에 같은 숫자(0.1%)가 적용되더라도, 그 숫자에 도달하기까지 걸어온 길이 다른 거예요.
왜 굳이 이렇게 세 물질을 다시 하나로 묶었을까요. 세 성분이 실제 제품에서는 완전히 분리해서 쓰이지 않고 혼합물로 함께 존재하는 경우가 많고, 환경 중에서도 서로 비슷한 경로로 이동하며 축적되기 때문이에요. 규제기관이 "이유는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관리 대상은 같이 묶는 게 효율적이다"라고 판단한 셈이죠.
그래서 성분표에서는 어떻게 다르게 보일까
성분표에서 D4나 D6를 그대로 보기는 어려워요. 대개 사이클로메티콘처럼 포괄적인 이름 아래 D4·D5·D6가 함께 들어가거나, 실리콘 고분자를 만들 때 남는 미반응 잔류물로 존재해요. 그래서 "성분표에 없으니 안 들어 있다"고 단정하기도, "실리콘이 있으니 많이 들어 있다"고 단정하기도 둘 다 조심스러워요.
두 성분에 똑같은 태도를 적용할 필요는 없어요. D4가 걱정되면 씻어내지 않는 제품에서 좁은 욕실 환기로 흡입 노출을 줄이는 쪽에 초점을 맞추면 돼요. D4는 흡입이 노출 경로의 중심이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서 헤어·바디 제품을 쓴 뒤 창문을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실질적인 차이가 생겨요.
D6가 걱정되면 다른 접근이 필요해요. D6의 핵심 문제는 환경에 오래 남는 성질이니까,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남은 제품을 하수구에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고 정상적으로 소모하는 거예요. 대용량 리필 제품을 사서 마르기 전에 다 쓰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한꺼번에 배수구에 버리지 않는 것도 여기에 포함돼요. 형제 성분이라고 해서 처방까지 같은 건 아니라는 뜻이에요.
정리하면, D4는 '몸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규제고, D6는 '자연에 얼마나 오래 남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규제예요. 2026년부터 두 성분이 같은 숫자(0.1%) 아래 나란히 관리되긴 하지만, 그 숫자 뒤에 깔린 걱정거리는 여전히 다르다는 걸 기억해두면 성분표를 볼 때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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